한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미국으로 돌아온 지 5년, 어느덧 익숙해진 미국 생활 속에서 어느 날 문득 무기력이 찾아왔습니다.
결혼준비중이라 행복하고, 외롭지도, 힘들지도 않은데 왜 이렇게 지칠까요?
부모님의 치매 간병과 일상 속 쌓인 피로, 그리고 심리적 번아웃에 대해 이야기해봅니다.

“지금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
미국에 돌아온 지도 벌써 5년.
처음엔 하나부터 열까지 새롭게 적응해야 해서 힘들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고,
쉬지 않고 일하며 하루하루를 채워가고 있다.
어느 날 문득, 모든 게 평범하게 흘러가는 와중에 이상할 정도로 아무것도 하기 싫은 마음이 올라왔다.
외로운 것도 아니고, 누가 힘들게 한 것도 아닌데…
그저 마음 한구석이 멍하니 텅 비어 있는 느낌.
내가 모르는 사이 쌓인 마음의 피로
요즘 우리 부모님이 함께 지내고 있다. 잠시 우리집에 계시는데
치매를 앓고 계신 아버지, 그리고 “나는 모르겠다” 하며 한 발 물러나 있는 어머니.
서류를 챙기고, 각종 행정적인 것들을 혼자 감당하다 보니, 정신적으로 지치지 않을 수가 없다.
‘나는 자식이니까 당연한 일이지’ 하면서 넘기려 해도,
가끔은 그 무게가 너무 무겁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 무게는, 말로 설명하기 힘든 심리적 번아웃으로 다가온다.
미국 생활이라는 배경
미국은 아버지의 나라이자, 나에게도 익숙하면서 낯선 곳이다.
한국에서 자라면서 미국이라는 정체성은 어딘가 반쪽처럼 느껴졌고,
지금은 미국에서 한국의 나를, 한국에서는 미국의 나를 발견하곤 했다.
미국에 다시 돌아왔을 때, 코로나가 막 지나간 시점이라 불안함과 싸우며 하루하루를 견뎠다.
시간이 지나 지금은 안정됐지만, 그만큼 마음도 쉴 틈 없이 달려온 것 같다.
무기력은 내 마음이 보내는 경고
겉으론 다 괜찮아 보일지 몰라도,
속에서는 ‘조용한 탈진’이 진행되고 있었던 거다.
정서적 번아웃은 늘 거창한 이유로 오는 게 아니다.
- 계속 참고, 이해하고, 책임지는 상황
- 쉬는 날에도 쉬지 못하고, 할 일을 떠올리며 보내는 시간
- ‘나는 그래도 괜찮아야 해’라는 스스로에 대한 압박
이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 결국 어느 순간 아무것도 하기 싫은 마음으로 폭발한다.
나만 이런 건 아니야
누구에게 말하긴 애매한 이 감정들.
“힘들어”라고 말하자니 특별히 이유도 없고,
“괜찮아”라고 말하자니 나 자신에게 거짓말하는 기분이 들고.
하지만 이런 마음을 겪는 사람, 나뿐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면 조금 위로가 된다.
‘나만 약한 게 아니구나’, ‘다들 버티며 살고 있구나’ 하고 말이다.
내 마음을 회복시키는 작은 실천
이 무기력에서 완벽하게 벗어나지 못해도,
작은 습관 하나만 바꿔도 내 마음은 서서히 회복을 시작한다.
번아웃 뜻:
장기간의 스트레스나 과도한 부담감, 감정적 소진이 누적되어 생기는 심리적 탈진 상태를 말해요.
가장 흔한 정의는 세계보건기구(WHO)가 말한 세 가지 특징이에요:
- 심한 에너지 고갈(지침)
- 아무것도 하기 싫고 피곤함이 계속돼요.
- 일에 대한 거리감 또는 냉소적 태도
- 하던 일이 의미 없어 보이고, 사람과의 관계도 차가워져요.
- 업무 효율 저하
- 집중이 안 되고, 내가 하는 일이 아무 소용 없는 것처럼 느껴져요.
꼭 직장인이나 간병인에게만 나타나는 건 아니고,
육아, 유학, 인간관계, 이민 생활, 계속되는 생계 스트레스 등 감정이 오래도록 눌린 모든 상황에서 나타날 수 있어요.
쉽게 말하면,
마음이 “그만 좀 하자…” 하고 조용히 몸을 멈추게 만드는 상태예요.
그래서 번아웃은 멀쩡해 보이는 사람에게도 찾아올 수 있어요.
몸은 일할 수 있어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그게 바로 번아웃의 시작이에요.
해결방법 – 내 마음에게 보내는 작은 회복 루틴
-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인정하기
감정을 억누르지 말고 그대로 인정해줘요. - 잠시 멈추고, 하루에 한 가지 ‘안 해도 되는 일’을 줄이기
나를 위한 여유 공간을 만들어요. - 감정 일기 쓰기 – “나는 오늘 왜 무기력했을까?”
쓰다 보면 내 마음의 방향을 알 수 있어요. - 일상에 ‘의미 없는 시간’ 넣기
산책, 좋아하는 노래 듣기, 노을 보기… 아무 의미 없어 보여도 그것들이 마음을 살려요. - 누군가에게 솔직하게 털어놓기
무겁지 않은 대화 속에서 위로를 얻을 수 있어요.